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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과 생각

산업은 달랐지만 문제는 같았습니다 - AX 컨설팅 현장에서 느낀 점

아틀란소프트를 운영하며 컨설팅과 자문 7건, 프로젝트 3건을 경험했습니다.

초기 스타트업부터 TIPS 수행기업, 비영리기관, 스포츠산업, 뷰티, 통신, 음악·콘텐츠 플랫폼, 웰니스까지 다양한 기업과 조직을 만나 문제를 함께 살펴봤습니다.
조직 규모 역시 중소기업에서 대기업까지 다양했습니다.

서로 다른 산업의 문제를 들여다보면서 한 가지 흥미로운 공통점을 발견했습니다.
산업도 규모도 달랐지만 처음 받는 요청과 실제로 마주하는 문제는 의외로 비슷한 부분이 많았습니다.

대체로 처음에는 이런 요청을 받습니다.
사내 데이터를 학습한 챗봇을 만들고 싶다.
업무를 자동화하고 싶다.
대시보드를 만들어서 데이터를 보고 싶다.

AI를 활용하여 무언가를 개선하고 싶다는 방향은 분명하지만,
정작 무엇을 해결해야 하는지는 아직 구체적으로 정의되지 않은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요청을 그대로 받아 바로 만들기에 앞서 문제를 함께 정리하는 과정이 필요했습니다.

챗봇을 요청받고 내부 상황을 확인해 보면 활용할 문서가 정리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같은 내용의 문서가 버전만 다르게 여러 개 존재하고, 어느 것이 최신인지 담당자도 확신하지 못하기도 합니다.

문서가 아니라 담당자의 머릿속에만 있는 정보도 상당합니다.
이 상태에서 챗봇부터 만든다면 틀린 정보를 자신있게 답하는 시스템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업무 자동화도 비슷했습니다.
자동화가 필요한 업무의 흐름을 따라가 보면 왜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처리되고 있는지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 없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오랜 시간 예외 처리가 누적되면서 원래 규칙이 사라져버린 것입니다.
정리되지 않은 프로세스를 그대로 자동화하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닌 기존의 문제를 더 빠르게 반복하는 시스템이 될 수 있습니다.

대시보드는 지표의 문제였습니다.
무엇을 볼 것인지 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대시보드를 만들면 화면 자체는 완성되지만 정작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 경우가 생깁니다.

숫자가 부족해서라기보다 그 숫자를 보고 어떤 판단과 결정을 내릴지가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경험을 거치면서 프로젝트 초기에는 도구보다 먼저 확인해야 할 것들이 있다는 생각이 점점 명확해졌습니다. 
어떤 AI 모델을 사용할지, 어떤 기술 스택을 선택할지는 그 다음의 문제였습니다.

먼저 확인하는 것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 데이터가 실제로 존재하고 신뢰할 수 있는 상태인지 확인해야 합니다.
어디에 어떤 데이터가 있고, 누가 관리하며, 얼마나 최신 상태로 유지되고 있는지를 살펴봅니다.

AI 프로젝트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상당 부분이 사실 데이터 정리 프로젝트인 경우도 많았습니다.
검토했던 사례 중에는 OCR을 통한 고문서와 수기 신청서 전산화처럼, AI를 적용하기에 앞서 데이터를 먼저 디지털화해야 하는 프로젝트도 있었습니다.

많은 조직에서 AX의 첫 관문은 여전히 전산화되지 않은 문서와 여러 곳에 흩어진 데이터였습니다.

둘째, 업무의 흐름을 먼저 그려봐야 합니다.

누가 어떤 순서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어느 단계에서 시간이 가장 많이 소요되는지를 확인합니다.
자동화할 업무를 찾는 것만큼이나 자동화하면 안 되는 업무를 걸러내는 것도 중요했습니다.

셋째, 성공의 기준을 미리 합의해야 합니다.

무엇이 어떻게 개선되면 이 프로젝트를 성공했다고 판단할 것인지 시작 전에 함께 문장으로 정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기준이 없다면 결과물이 완성된 뒤에 각자가 생각하는 평가 기준이 달라지기 쉽습니다.

산업별로 다른 부분도 물론 많았습니다.

규제 요건이 다르고, 의사결정 속도가 다르고, 내부에 기술 인력이 있는지에 따라서도 접근방법이 달라졌습니다.
비영리기관과 대기업은 예산의 구조도 다르고 새로운 시스템의 도입을 설득해야 하는 대상도 다릅니다.

하지만 이러한 차이는 문제를 바라보는 방법 자체의 차이보다는 적용하는 순서와 속도의 차이에 가까웠습니다.

문제를 진단하고 해결 방향을 찾아가는 순서는 대체로 비슷했습니다.

여러 산업의 문제를 함께 살펴보면서 한 가지를 배웠습니다.

AX는 무엇을 도입할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라 지금 무엇이 막혀 있는가를 찾는 문제입니다.
도구는 그다음에 결정할 수 있습니다.

막힌 지점을 정확히 찾으면 필요한 기술과 도구의 범위는 자연스럽게 좁혀지고, 
반대로 도구부터 정하면 해결해야 할 문제를 도구에 맞추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AI 도입을 고민하고 있는 조직이라면 무엇을 도입할지 결정하기 전에 이 질문부터 해보시길 권합니다.
지금 우리 조직에서 가장 자주 반복되고, 가장 많은 시간을 사용하고, 가장 자주 실수가 발생하는 일은 무엇인가?

그 답이 명확해지면 그다음의 선택은 훨씬 수월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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