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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과 생각

Anthropic이 먼저 했습니다 - AI 신원 인증이 표준이 될 것인가

4월 14일, Anthropic이 헬프센터 페이지를 조용히 업데이트했습니다.
공식 발표도 없었고, 공지 이메일도 없었고, 블로그 포스트도 없었습니다. 
사용자들은 X에 올라온 스크린샷을 통해 처음 알았습니다. 
Claude를 구독하거나 특정 기능에 접근하려면 정부 발급 신분증과 실시간 셀피를 제출해야 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Anthropic이 주요 AI 챗봇 중 최초로 소비자 대상 신원 인증을 도입한 것입니다. ChatGPT도, Gemini도, 이런 요구를 하지 않습니다.

구체적인 내용은 이렇습니다.
신원 인증은 모든 사용자에게 적용되지 않습니다. 
Anthropic은 "일부 사용 사례"에 한해 적용된다고 밝혔습니다. 
실제 트리거가 되는 상황은 네 가지입니다. 
사용 정책 위반을 반복한 계정, 중국, 러시아, 북한 등 서비스 미지원 국가에서의 접근 시도, 
이용약관 위반, 18세 미만 사용자입니다.

인증 처리는 3rd party 서비스 Persona가 담당합니다. 
신분증 이미지와 셀피는 Anthropic이 직접 저장하지 않습니다. 
Anthropic은 인증 데이터가 AI 모델 훈련에 사용되지 않고, 
마케팅이나 광고 목적으로 제3자와 공유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통상 5분 이내에 완료됩니다.

그런데 이 결정이 특히 눈에 띄는 이유가 있습니다.
올해 초, ChatGPT에서 Claude로의 이동이 실제로 있었습니다. 
OpenAI가 국방부 계약을 수용했을 때, 프라이버시를 중시하는 사용자들이 Claude로 옮겨갔습니다. 
1~2월 무료 가입자가 약 60% 급증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그 사용자들이 Claude를 선택한 이유 중 하나는 Anthropic이 더 프라이버시에 신중한 회사라는 인식이었습니다.

그 같은 사용자들이 이제 구독을 위해 여권을 요구받고 있습니다.
커뮤니티의 반응은 빨랐습니다. 미디어 브랜드 Bankless의 공동창업자 Ryan Sean Adams는 X에 이렇게 썼습니다. 
"AI KYC가 시작됐습니다. 규제 요건도 아닌데, Anthropic이 스스로 선택한 것입니다." 
또 다른 사용자는 이렇게 요약했습니다. 
"ChatGPT는 요구하지 않습니다. Gemini도 요구하지 않습니다. Anthropic이 경쟁사에 선물을 줬습니다."

Anthropic의 입장에서 이 결정을 이해하려면 맥락이 필요합니다.
Mythos Preview는 역대 가장 강력한 사이버보안 역량을 가진 모델로 설명됐습니다. 
중국 국가 지원 해킹 그룹이 Claude Code를 활용해 약 30개 조직을 침투하려 한 사례도 이미 공개됐습니다. 
Project Glasswing을 운영하며 보안에 민감한 역량을 다루고 있습니다. 
Anthropic이 누가 플랫폼을 사용하는지를 파악하려는 이유는 단순한 마케팅 목적이 아닙니다.

The Information은 Anthropic이 중국, 러시아, 북한 등 미국의 적대국에서의 접근을 차단하기 위해 이 시스템을 도입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실시간 셀피와 정부 신분증 조합은 프록시 서버를 통한 우회를 사실상 불가능하게 만듭니다.
또한 이것은 규제보다 앞선 선제적 대응일 수 있습니다. 
2026년 3월 백악관이 AI 입법 프레임워크를 공개하면서 AI 플랫폼의 신원 확인 의무화 논의가 시작됐습니다. 
Anthropic은 규제가 오기 전에 먼저 인프라를 구축하는 선택을 했습니다.

저는 이 결정이 앞으로 업계 전체의 방향을 보여주는 사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Anthropic만 이것을 요구합니다. 
하지만 AI 모델이 사이버보안, 생명과학, 법률 등 민감한 영역에서 강력한 역량을 갖출수록, 
누가 쓰는지를 모르는 채로 배포하는 것의 리스크가 커집니다. 
OpenAI는 이미 2025년 10월 API 사용자 대상 신원 인증을 도입했습니다. 
소비자 계정으로의 확장은 시간의 문제일 수 있습니다.

한편으로 이것은 AI 플랫폼이 마주한 근본적인 긴장을 드러냅니다. 
더 강력한 도구일수록 더 강한 통제가 필요합니다. 그 통제가 사용자 경험의 마찰로 이어질 때, 
그것을 감수하는 쪽을 선택할 것인가, 아니면 마찰 없는 접근을 우선할 것인가. 
Anthropic은 전자를 선택했습니다.

Anthropic이 먼저 했습니다. 다음은 누구일지가 이제 질문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