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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과 생각

AI를 도입하는 회사와 AI-Native 회사는 다른 조직입니다

지난 몇 달 동안 컨설팅과 프로젝트로 여러 회사를 만났습니다. 
그중에는 수십 년 된 조직에 AI를 붙이려는 곳도 있었고, 처음부터 AI를 전제로 사업을 세우는 곳도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같은 목적으로 프로젝트를 진행 하는 줄 알았습니다. 
두 경우 다 AI를 쓰려는 회사이면서 자동화와 챗봇, 그리고 데이터 이야기를 합니다.
 
그런데 몇 건의 프로젝트를 진행한 후 돌아보니 이 두 경우가 같은 목적지로 가는 다른 길이 아니라 아예 다른 종류의 길을 목표로 하는 조직이라는 부분이 보였습니다. 

각 경우를 용어로 정리하면 AX(AI Transformation)는 이미 돌아가고 있는 조직에 AI를 도입하는 일입니다. 
기존 업무와 인력, 시스템, 매출 구조가 있고, 그 위에 AI를 얹어 더 빠르고 싸게 생산성을 향상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AI는 도구이고, 일의 주체는 여전히 사람입니다. 

AI-Native는 AI가 일을 하는 것을 전제로 조직의 전체를 다시 설계하는 일입니다. 
사람이 일하고 AI가 돕는 것이 아니라 AI 에이전트가 일하고 사람이 방향을 정하고 결과를 감독합니다. 
OpenAI는 올해 엔터프라이즈 전략을 설명하면서 이것을 회사의 모든 에이전트를 관장하는 지능 레이어와 직원이 하루 종일 에이전트와 일하는 단일한 경험이라고 표현했습니다. 

Anthropic은 자사 연구개발의 26%를 Claude가 주도하고 에이전트 3만 개가 동시에 돌아간다고 공개했습니다.

이것이 AI-Native 조직의 실제 모습입니다. 

AX 조직과 AI-Native 조직은 세 가지에서 구분됩니다. 

첫째, 일의 단위가 다릅니다. 
AX 조직에서 일의 단위는 사람입니다. 
누가 어떤 업무를 맡는지가 먼저 있고, AI는 그 사람의 업무 일부를 덜어 줍니다. 
그래서 AX 프로젝트는 이 담당자의 이 작업을 자동화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시작됩니다. 

AI-Native 조직에서 일의 단위는 작업입니다. 
어떤 작업이 있고 그중 무엇을 에이전트가 하고 무엇을 사람이 하는지를 나눕니다. 
사람은 특정 업무의 담당자가 아니라 여러 에이전트의 감독자가 됩니다. 
조직도가 사람 중심에서 작업 중심으로 바뀝니다. 

둘째, 원가 구조가 다릅니다. 
AX 조직은 기존 원가 위에 AI 비용이 더해집니다. 
인건비는 그대로이고 모델 비용이 추가로 나갑니다. 
그래서 AX의 성과는 대체로 같은 인력에서 더 많은 생산성으로 측정됩니다. 

AI-Native 조직은 처음부터 모델 비용이 주된 원가입니다. 
인건비 대신 토큰 비용이 손익계산서의 중심에 있습니다. 
Harvey 글에서 다뤘듯 이 구조에서는 사용량이 늘면 원가가 그대로 따라 증가합니다. 

AX는 원가를 줄이는 일이고, AI-Native는 원가를 설계하는 일입니다. 

셋째, 바꿀 수 있는 부분의 범위가 다릅니다. 
AX 조직에는 바꿀 수 없는 것이 많습니다. 
기존 고객과의 계약, 규제 요건, 레거시 시스템, 수십 년 쌓인 업무 관행 등입니다. 
AI를 들여올 때 이 제약 안에서 움직여야 하고, 그래서 AX의 상당 부분은 기술이 아니라 조직 설득의 문제가 됩니다. 

AI-Native 조직은 제약이 적은 대신 기준이 없습니다. 
무엇을 사람이 보고 무엇을 에이전트에 맡길지를 처음부터 정해야 합니다. 
자유롭지만, 그 자유가 곧 설계 측면에서는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컨설팅 현장에서 이 구분이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같은 요청이라도 어느 쪽 조직에서 왔는지에 따라 답이 달라집니다. 
AX 조직이 업무 자동화를 요청하면 먼저 그 업무가 왜 그렇게 되어 있는지를 봐야 합니다. 
AI-Native 조직이 같은 요청을 하면 그 업무를 에이전트 단위로 어떻게 쪼개어 구성할지를 먼저 봐야 합니다. 
전자는 기존 흐름을 이해하는 일이고, 후자는 새 흐름을 만드는 일입니다. 

그래서 저는 요즘 프로젝트 초반에 이 질문을 먼저 합니다. 
AI를 들여와서 지금 하는 일을 더 잘하려는 것인지, AI를 전제로 일하는 방식 자체를 다시 짜려는 것인지입니다.
답변에 따라 진단의 순서와 도구와 성공 기준이 전부 달라집니다. 

한 가지 덧붙이면, 두 조직 중 어느 하나가 옳은 것은 아닌 각 조직의 상황에 따라 적합한 조직의 형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부분의 기존 기업에게 AI-Native 전환은 현실적이지 않을 수 있고, 필수적이지 않을수도 있습니다.
AX를 잘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습니다. 

반대로 새로 시작하는 사업이라면 처음부터 AX를 고민할 이유가 없습니다. 
AI-Native로 설계하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문제는 둘을 섞으려고 할 때 생깁니다. 
AX 조직이 AI-Native의 방식을 그대로 가져오면 조직이 받아들이지 못하고, AI-Native를 지향하는 팀이 AX의 방식으로 접근하면 기존 관행을 재생산하게 됩니다. 
어느 방향을 목표로 할지를 먼저 정해야 나머지가 맞춰집니다. 

AI를 도입하는 회사와 AI-Native 회사는 다른 조직입니다. 
같은 도구를 쓰지만 다른 질문에서 출발하고, 다른 구조로 움직이며, 다른 기준으로 평가받습니다. 
어느 쪽에 서 있는지를 아는 것이 AX든 AI-Native든 첫 번째 설계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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