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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과 생각

Web3에서 AI-Native로 - 18년 동안 기술의 파도를 지나며 아직 변하지 않은 것

요즘 만나는 많은 분들과 나누는 대화는 대체로 비슷한 이야기에서 멈추게 됩니다.

AX 다음에는 어떤 변화가 오는지, 그리고 지금 만드는 조직과 기술이 그때도 남아 있을지입니다.

 

저는 2008년 화이트해커로 IT를 시작했고 2015년부터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과 기술 리더십, 사업 운영 및 기술 사업화 경험을 쌓아왔습니다.

지금은 AI와 디지털 기술을 실제 제품과 사업 성과로 연결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 18년 동안 모바일, 플랫폼, 블록체인, AI까지 몇 번의 파도를 지났습니다.

파도마다 그 기술의 이름을 내건 회사가 생겼고 파도가 지나면 대부분 이름과 함께 사라졌습니다.

 

2018년 전후의 블록체인 전문 회사들이 그랬습니다.

몇 년 뒤 남은 곳은 블록체인을 가장 잘 아는 회사가 아니라 고객의 문제를 끝까지 제대로 풀어 본 회사였습니다.

 

제가 합류한 아크포인트도 그렇게 남은 회사입니다.

Web3와 블록체인 액셀러레이팅, 컨설팅, 마케팅 분야에서 국내 선두 주자가 되었고 그 바탕은 단순히 기술에 있는 것이 아닌 200건이 넘는 프로젝트에서 쌓은 전략과 문제 해결의 경험이었습니다.

 

기술은 변화의 시작이었고 지나간 뒤에 남은 것은 문제를 푸는 방식이었습니다.

지금 AI의 전문성을 내세우는 조직도 이전까지와 같은 질문 앞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AI가 흔해지면 AI 전문 기업이라는 말은 더 이상 차별점이 아닙니다.

 

같은 질문을 저 자신에게도 하고 있습니다.

지금 만드는 조직에서 AI라는 단어를 빼면 무엇이 남는지입니다.

그래서 요즘은 변화의 파도마다 바뀌는 것과 바뀌지 않는 것을 나눠서 살펴보고 있습니다.

바뀌는 것은 분명합니다.

모델과 프레임워크, 활용 도구, 납품 및 산출물의 형태입니다.

 

2년 전의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이 지금은 에이전트 환경 설계로 바뀌었고 2년 뒤에는 또 다른 이름으로 바뀔 것입니다.

납품물도 프롬프트와 스킬에서 업무 자동화, 개별 에이전트, 통합 시스템으로 계속 변화할 것입니다.

여기에 조직의 정체성을 걸면 변화의 파도가 지나갈 때 조직도 같이 쓸려 갑니다.

 

파도의 초기마다 반복되는 장면도 있습니다.

모바일 태동기에는 디바이스와 OS의 기술적 특성을 깊이 이해하지 못하면 앱 기획 자체가 어려웠습니다.

초기 안드로이드에는 성공 사례나 레퍼런스가 없어 화면 기획부터 막혔습니다.

 

지금의 AX도 같습니다.

LLM과 AI 기술의 깊이와 한계, 인프라의 특성을 모르면 실효성 있는 기획이 나오기 어렵습니다.

시장에 선례가 부족해 기획자에게 기존 방식의 기획 산출물을 기대하기도 어려운 시점입니다.

이 시기에는 기술을 잘 이해하는 사람이 기획까지 끌고 가야 합니다.

 

문서보다 작동하는 것을 먼저 만들어 보여 주고 방법을 공유해 팀원들과 함께 문제를 구체화하여 해결하는 쪽이 빠릅니다.

변화의 파도에도 바뀌지 않는 것은 세 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첫째, 문제를 정의하는 순서입니다.

AX 현장에서 받는 요청은 챗봇, 자동화, 대시보드처럼 도구의 이름으로 옵니다.

블록체인 때도 "블록체인을 도입하고 싶다"는 요청의 뒤에는 신뢰할 수 없는 데이터와 정리되지 않은 프로세스가 있었습니다.

요청 뒤의 막힌 지점을 찾고 데이터와 업무 흐름부터 잡는 순서는 그때도 같았고 AI 이후에도 같을 것입니다.

도구가 바뀌어도 진단과 문제 해결의 순서는 그대로 활용됩니다.

 

둘째, 작동하고 현업에서 활용할 만한 시스템까지 가는 실행력입니다.

기술이 새로울수록 시연은 쉽고 운영은 어렵습니다.

보고서와 시연용 MVP에서 멈추는 조직과 현업이 매일 쓰는 시스템을 만들어 넘기는 조직은 같은 기술을 써도 다른 조직입니다.

고객이 기술 조직을 다시 찾는 이유는 그 조직이 내건 기술 이름이 아니라 상용화 수준까지 문제를 해결해본 경험입니다.

다음 변화의 파도에서도 고객은 그 경험을 필요로 하고 찾을 것입니다.

 

셋째, 수행이 자산으로 남는 구조입니다.

인터뷰, 업무 분석, 설계, 검증 결과가 사람의 머릿속이 아니라 조직에 남아야 합니다.

다음 프로젝트에서 같은 순서로 꺼내 쓸 수 있을 때 경험은 비로소 자산이 됩니다.

이 구조가 있으면 기술이 바뀌어도 조직의 학습 속도는 남습니다.

이 구조가 없으면 파도가 바뀔 때마다 처음부터 다시 배웁니다.

 

이 세 가지는 기술의 이름을 지워도 남게 됩니다.

반대로 신기술 전문가 조직이 신기술에만 의존한다면 그 기술이 보편화되는 순간 설 자리가 없어집니다.

 

이전 글에서 AI를 도입하는 회사와 AI-Native 회사는 다른 조직이라고 썼습니다.

아크포인트는 이미 전원이 AI로 일하는 조직이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맡은 일은 AI를 더 활용하는 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 방식을 기반으로 상용화 제품을 AI-Native로 더 효율적으로 만드는 기술 조직의 프로세스로 발전시키는 것이었습니다.

 

바이브 코딩으로 MVP를 빠르게 내는 단계에서 요구사항이 바뀌어도 무너지지 않는 구조와 검증, 배포 기준을 갖춘 단계로 고도화하는 중입니다.

상용화 제품 개발을 위한 AI-First 개발 방법론에 에이전트 기반 개발을 결합한 프로세스를 설계해 조직 전반에 도입하고 있습니다.

무엇을 에이전트에게 맡기고 어디에서 사람이 검토하는지를 문화와 정책으로 함께 규정하고 있습니다.

 

에이전트가 참조할 지식을 레포지토리에 구조화하고 규칙을 린터와 CI로 강제하는 환경도 시스템에 맞춰 만들고 있습니다.

인터뷰와 설계, 프롬프트, 검증 결과가 다음 프로젝트에 남도록 기록의 자리도 함께 정하고 있습니다.

위의 세 가지를 조직에 남을 수 있도록 새기는 과정입니다.

 

AI를 잘 활용하는 조직만을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라 AI 기술 변화의 파도가 지나간 뒤에도 문제를 정의하고 끝까지 잘 풀어내고 그 과정을 자산으로 남기는 조직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그러한 조직이라면 어떤 기술 변화의 파도가 와도 남을 수 있는 조직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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